Betw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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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rchium

“40년 넘게 키운 소나무”

40대 초반의 자녀들이 태어나고 자라 각자의 삶을 꾸려 떠날 때까지, 이 집에는 가족의 수많은 추억이 쌓여 있었다. 첫 만남에서 70대의 아버지를 마음으로 대하면서도 깍듯하게 모시는 40대 아들의 모습과 중요한 사안은 꼭 4식구가 함께 의논해서 결정하는 모습을 보면서 , 이 가족이 서로를 얼마나 아끼며 긴 시간을 보내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클라이언트에게 이곳은 오래 살던 집을 넘어, 온 가족의 시간이 묻어 있는 장소였다. 그래서 새 건물을 계획하면서도 이 집을 지을 때 함께 심었던 소나무만큼은 남겨두고 싶어 했다. 이 프로젝트는 그렇게 많은 기억이 쌓인 자리에서 시작되었다.

대지는 한남동의 가파른 경사 위에 있었다. 주변에는 여러 나라 외교관들의 관저가 모여 있었고, 그 영향인지 도심 안에 있으면서도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가 있었다. 차가 없으면 접근하기 힘들 만큼 경사가 심했지만, 그 덕분에 시야는 멀리 열려 있었다. 저 멀리 한강까지 막히지 않고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이 땅이 가진 분명한 장점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이 집의 역할도 자연스럽게 달라졌다. 자녀들이 모두 출가한 뒤, 더 이상 예전처럼 한 가족이 함께 사는 집으로만 남아 있기는 어려웠다. 클라이언트는 이 장소를 지금의 조건에 맞게 다시 쓰고 싶어 했다. 단독주택이었던 집은 수익형 건물로 바뀌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꿀지 판단해야 했다.

“Between”

설계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여러 조건을 어떻게 맞춰갈 것인가였다. 가족의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 보존해야 하는 소나무, 한남동 경사지의 풍경과 접근성, 자연경관지구라는 법적 제약, 그리고 수익형 건물로서의 임대 효율이 한꺼번에 얽혀 있었다. 어느 하나만 기준으로 삼기에는 조건들이 너무 달랐다. 이 프로젝트는 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건축은 그 균형을 형태와 공간으로 정리해 나갔다.

처음 현장을 보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대지의 형태였다. 한쪽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반듯하게 정리된 직사각형에 가까웠다. 두 방향의 성격이 분명히 달랐다. 우리는 그 차이를 억지로 하나의 형태로 맞추기보다, 대지가 가진 서로 다른 성격을 건물 안에 나누어 담는 쪽을 선택했다.

곡선에 가까운 대지 쪽에는 공용부를 배치했다. 이 부분은 여러 개의 켜가 조금씩 다른 각도로 쌓인 형태로 계획되었다. 대지의 불규칙한 흐름을 받아들이면서도 건물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수직으로 길게 난 슬릿창과 깊은 음영은 콘크리트 매스의 인상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시간에 따라 빛이 달라지면 콘크리트 표면의 깊이와 분위기도 조금씩 바뀐다.

반대로 직사각형에 가까운 대지 쪽에는 전용부를 두었다. 이 부분은 임대 효율을 고려해 단순한 사각형의 유리 박스로 계획했다. 내부는 가능한 한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비워두고,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오도록 했다. 임차인의 프로그램이 달라지더라도 공간의 기본 구조가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건물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개의 매스로 구성된다. 한쪽은 콘크리트로 된 묵직한 공용부이고, 다른 한쪽은 유리로 된 가벼운 전용부다. 두 매스는 브릿지를 통해 연결된다. 사용자는 그 사이를 지나며 공용부와 전용부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이 전환의 순간은 이 건물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 중 하나다.

내부에서도 두 매스의 차이는 이어진다. 공용부의 철제 오픈 계단은 콘크리트 벽을 따라 놓였다. 계단 사이로 빛이 들어오고, 층을 오르내릴 때마다 시선의 방향이 조금씩 바뀐다. 유리 박스에서 반사된 빛은 공용부 안쪽으로 스며들고, 두 매스는 떨어져 있으면서도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 프로젝트에서 또 하나 중요한 조건은 자연경관지구라는 법적 제약이었다. 건폐율이 제한되어 있었기 때문에 건물을 크게 지을 수 있는 땅은 아니었다. 반면 클라이언트는 실제 규모보다 더 존재감 있는 건물이 되기를 원했다.

그래서 하나의 덩어리를 무리하게 키우기보다, 두 개의 매스로 나누고 그 차이를 분명하게 만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콘크리트와 유리, 무거움과 가벼움, 닫힘과 열림, 곡선과 직선의 차이를 입면과 공간 구성에 반영했다. 면적을 늘릴 수 없는 조건 안에서 건물이 더 깊고 크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Between은 그런 판단들이 모여 만들어진 이름이다. 둥근 땅과 반듯한 땅 사이, 오래된 집의 기억과 새로운 용도 사이, 법적 한계와 클라이언트의 요구 사이, 공용부와 전용부의 사이, 콘크리트와 유리 사이에서 이 건물은 만들어졌다.

시공과정

완공사진

program : Neighborhood Living Facility

material : Exposed Concrete, Low-E Triple Glazing

size : 988.1㎡

location : Hannam-dong, Yongsan-gu, Seoul, Korea

structure : Eden Structural Engineers

mep : Taein Engineering

Civil Engineering : Sesung Engineering

landscape : Sangsoo An

construction : Gonggan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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