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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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archium

“서핑이 너무 좋아요!”

전직 프로게이머이자 현직 서핑 선수인 그는 파도가 너무 좋아서 서핑을 즐기며 살아갈 수 있는 집을 꿈꿨고, 오랜 고민 끝에 부모님께서 소유하고 있던 강원도 양양군 물치리의 한 필지에 건물을 짓고 정착하기로 마음 먹었다. “서핑을 너무 좋아해서 매일매일 서핑만 하면서 살고 싶지만, 생계도 중요하니 이곳에 카페를 열고, 위층은 에어비앤비로 운영하고 싶어요.” 그가 꺼낸 첫마디였다.

그가 매일 서핑을 하면서 살수 있는 공간을 너무 만들어 주고 싶었다. 물론 그의 생계도 중요했다. 여기서 문제는, 그 땅이 바다에서 꽤 멀리 있다는 것이었다. 대략 걸어서 15분쯤정도.. 서핑 보드를 들고 이동하기에는 결코 가까운 거리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이곳에서는 바다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관광객이 몰리는 해변가의 카페들과는 달리, 이곳은 스스로 ‘이유’를 만들어내서 관광객이 찾아오게 만들어야만 그의 생계가 해결되고, 그가 서핑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상황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그 한계에서 출발했다. 눈앞에 바다가 없으니, 공간 안에 바다의 감각을 불러와야 했다. 빛과 공간, 물의 움직임을 통해 ‘보이지 않는 바다’를 느끼게 하는 일. 특색 없는 땅 위에서, 이곳 만의 특색을 만들어내야 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과제였다.

“물 밑에 있는 카페”

결국 우리는 건물의 한가운데, 공간을 관통하는 15미터 길이의 수영장을 계획했다. 단순히 물을 담아 수영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아니라, 건축의 중심축이자 공간의 성격을 규정하는 장치였다. 수영장은 2층에 위치해 있지만, 바닥에는 서핑보드 형태의 긴 창을 여러 개 뚫었다.

낮에는 햇살이 수면을 타고 흔들리며, 그 빛이 서핑보드 형태의 창을 통해 1층 카페 바닥으로 떨어진다. 물결의 반짝임이 천천히 공간을 감싸며 카페 전체를 은은한 물빛으로 물들인다. 밤이 되면 장면이 뒤바뀐다. 1층 카페의 조명이 수영장을 통과해 위층 천장에 닿으며, 공간은 마치 바다 속에서 빛이 스며드는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로 변한다. 위와 아래가 서로의 빛을 주고받는 이 구조는 파도의 리듬과 낮과 밤의 순환, 그리고 바다가 가진 호흡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 수영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약 50톤의 물이 필요했다. 물의 무게는 건축 구조에 상당한 부담을 주었고, 구조기술사는 안전을 위해 1층 전면을 막는 보강 벽체를 세워야만 건물이 안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구조적인 문제를 디자인 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W형태의 기둥을 계획했다. 건물 전면을 가리는 내력벽을 세우지 않고도,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덤으로 파도가 밀려오듯 역동적인 입면도 얻을 수 있었다.

이 건물은 역설적이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땅 위에 서 있지만, 정작 그 어느 해변보다 바다의 감각이 진하게 느껴지는 곳이다. 물과 빛, 구조와 형태가 서로 얽히며, 보이지 않는 바다가 건축 안에서 다시 태어났다. 결핍에서 시작된 공간은 결국, 바다보다 더 바다 같은 장소가 되었다.

시공과정

program : Guesthouse, Cafe

material : Chipped Stone Finish, Exposed concrete

size : 365.28㎡

lacation : Mulchi-ri, Ganghyeon-myeon, Yangyang-gun, Gangwon-do

structure : Eden Structural Consultants

mep : Samwoo Engineering, Hyeobin electrical Design

construction : Twohand construction

photo : Youngchae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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